산수유꽃, 산수유 그리고 소양인
작성일 2020-03-26 조회수 19



봄을 알려주는 꽃들이 참 많습니다.


일부러 산에 찾아가서 뒤져 봐야하는 앉은부채(취숭, 천남성과)나 요즘은 공원이나 수목원에 많이 심어 놓은 복수초(복수초, 미나리아재비과), 깽깽이풀(선황련, 매자나무과)은 아니지만 동네 한귀퉁이에서 갑자기 만나게 되는 노란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산수유나무입니다.


특히나 구례와 이천의 산수유마을이 아주 유명한듯합니다.

실제 오래전부터 구례, 이천, 의성 등이 산수유의 산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산수유라고 하면 어릴때 교과서에서 본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라는 시가 늘 떠 오릅니다. 요즘도 국어 교과서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의 순수한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주제라고 외우던 기억이 나네요.


김종길 <성탄제>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는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지금 다시 읽어봐도 참 아름다운 시입니다. 

시인은 1926년 출생해서 2017년에 타계하셨으니 그 시절에는 서른살 나이가 꽤 많은 나이였던듯 싶습니다. 환갑이 안되어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았을테니 말입니다.

이미 아이가 아버지를 기억할 정도면 아버지는 요즘 기준으로는 꽤 일찍 결혼하셨나봅니다.


지금 다시 한의사의 눈으로 시를 읽으니 아름다움은 변함없지만 몇 가지 재미난 문장이 있습니다.


일단 산수유를 아버지가 눈속을 헤치고 따오셨다는 것입니다. 


산수유의 채취 시기


산수유는 층층나무과의 산수유나무의 열매로 지금처럼 봄에 샛노란 꽃이 예쁘게 피고 타원형의 열매가 맺혔다가 8~10월에 빨갛게 익고 서리가 내린다고 하는 상강(霜降, 양력 10월 23일 무렵) 이후에 따서 씨를 빼고 잘 말려서 약재로 사용합니다.


겨울 추위를 맞으면서 산수유는 차지게 되는데 이렇게 차진 힘은 한의학적으로 치밀하게 하는 힘을 가진다고 봅니다. 떡이나 면처럼 차진 음식은 주리(피부)를 치밀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산수유도 그런 역할을 하면서 '삽정축뇨지대', 즉 정액과 소변이 나도 모르게 흐르는 증상을 치료하고, 여성의 대하증을 그치게 합니다. 

뭔가 몸에서 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수렴'의 기능을 가지는 것입니다.


반면 씨는 오히려 탈정하는 효능이 있어서 반드시 씨를 빼고 써야 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아버지는 적절한 시기에 산수유를 따 오시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산수유의 약효


산수유는 약간 따뜻한 약으로 맛은 시고 떫은 맛이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간과 신장을 보강하여 원기가 떨어져서 발생한 무릎과 허리의 통증, 발기불능, 유정증(정액이 새는 증상), 이명증, 두통증을 치료합니다.

또한 산수유의 수렴작용은 밤에 나는 헛땀(도한)과 새벽설사, 소변이 시원치 않게 나오거나 나도 모르게 나오는 증상, 야뇨증, 자궁출혈 등의 몸에서 뭔가가 새는 증상을 막아줍니다.


성탄제 시에서 아들은 열로 상기한 볼을 아버지의 차가워진 옷자락에 부비고 있습니다. 감기가 걸린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산수유는 약효에서 보듯이 주로 원기가 떨어진, 전문용어로는 신양과 신음의 기운이 쇄했을 때 주로 사용하는 처방입니다. 고열이 나거나 감기의 상태에 사용하면 오히려 발산해서 치료해야 할 열증이나 기침 등의 증상이 더 심해지거나 낫지를 않게 됩니다.


시의 주인공은 어떻든 아픈 몸을 잘 추스리고 나아서 서른 나이에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지만 당시 정확한 치료약은 아니었던 것이지요. 

아버지의 정성이 아이의 병을 고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끔 이 시를 보고는 산수유를 고열에 효과가 있다고 쓴 포스팅이 있더군요. 산수유는 고열에 사용하면 안되는 약재라는걸 다시 말씀드립니다.^^


산수유 참고사항


산수유를 보고 꽃속에서 또 꽃이 피는 꽃다발이라고 표현한 다른 시도 있습니다.

산수유 꽃몽우리가 올라올때 마치 꽃이 다 핀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그 속에 꽃이 다시 펴야하는 것이지요. 그것을 꽃다발 묶음으로 본 시인의 눈을 사랑하게 됩니다. ㅎㅎ


산수유는 하루 6~12g 정도 사용하여 800ml 정도로 물로 달여 하루 2-3회 나눠서 복용하면 좋습니다.


과육에는 cornin, verbenalin, tannin, saponin 등의 배당체와 포도주산, 사과산 등의 유기산이 함유되어 있고 비타민 A 도 확인됩니다.

동물실험에서는 이뇨작용, 혈압강하작용, 혈당강하작용 등이 밝혀졌습니다.


'재발성구강궤양'의 증상에 산수유를 가루내어 식초에 개어 발바닥의 '용천열'에 붙이면 낫는다고 하는 말을 하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ㅎㅎ

해석을 해 보자면 족소음신경은 새끼발가락에서 시작하여 발바닥의 용천을 거쳐 신장 방광을 꿰어서 상행하는데 그 한 분지가 목구멍까지 연결되어 있는데, 간장과 신장의 원기가 떨어져서 (간신휴손) 발생한 구강염이나 구강궤양에 용천혈을 산수유의 보강기능으로 자극한다는 이론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산수유가 소양인에게 쓰인 사상처방


산수유는 소양인의 주요한 약재로 등재가 되어 있고 처방으로 구성될 때는 거의 숙지황과 짝이 됩니다.

숙지황을 임금으로 두고 산수유는 신하의 역할로 두 약재는 처방의 주약이 됩니다.


형방지황탕류(전호지황탕, 목단피지황탕, 현삼지황탕, 황련지황탕, 생숙지황탕, 목통무우탕)에 숙지황과 산수유가 같은 양이 들어가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강화지황탕은 형방지황탕의 증상에 화가 끼어 있는 증상을 치료하는데 이때는 산수유를 빼고 석고를 가하게 됩니다. 산수유가 화를 수렴해서 제거시키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에 빼는 것입니다. 


또한 육미지황탕류(독활지황탕, 신기환, 숙지황고사탕, 보태지황탕, 십이미지황탕, 가미지황탕)에는 숙지황이 산수유의 2배가 들어가 산수유는 숙지황을 보좌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숙지황과 짝이 되지 않을때는 생지황과 짝이 됩니다. 모두 생지황이 산수유의 2배 용량이 사용되는 시호과루탕, 천금도적산, 칠미저령탕, 팔미저령탕, 칠미고삼탕, 팔미고삼탕 등의 처방이 있습니다. 


독특한 처방으로 소양인의 소갈증 즉 당뇨병에 사용되는 인동등지골피탕에는 인동등이 주약(4전)으로 사용되고 생지황은 1전, 산수유가 2전 이 들어가서 오히려 생지황보다 산수유가 더 용량이 많게 됩니다. 


이처럼 산수유가 사상체질처방에 사용될때는 거의 숙지황이나 생지황에 배오해서 쓰고 있구나 하는걸 아는 정도면 되겠습니다.^^


이상으로 봄의 전령 산수유꽃과 산수유의 약효 그리고 소양인에 쓰이는 산수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즐거운 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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