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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내사산, 외사산이라는 말들은 다들 아실것 같습니다.

한양도성을 둘러싸고 있는, 즉 한양성곽이 지나가는 동서남북의 4개 산을 말하는 것이 '내사산'입니다.

임금이 경복궁의 왕좌에 앉아 남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임금의 왼쪽이 좌청룡, 오른쪽이 우백호가 됩니다.

좌청룡에 해당하는 것이 낙산(타락산), 우백호에 해당하는 것이 인왕산입니다.

남쪽은 남산(목멱산), 북쪽은 북악산(백악산)이구요.

이 중 등산복을 챙겨입지 않고도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곳이 낙산입니다.

낙산은 해발 125m로 흥인지문(동대문)에서 혜화문(동소문)으로 연결되는 곳에 있는데, 동대문인근은 '흥인지문공원'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세 산에 비해 규모도 작고 높이도 낮습니다.

낙산의 간략 역사

낙산은 타락산(駝駱山)이라고 불려졌습니다. 뭔가 생소하게 느껴진다면 거꾸로 불러보면 되지요. '낙타산(駱駝山)'

네, 낙타의 등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웠습니다.

(대동여지도 경조오부도에 한글이름을 붙였습니다. 프란쯔여지도)

한의학에서는 소젖, 말젖, 양젖, 낙타젖을 정제하여 만든 발효음식을 '타락'이라고 하는데 말린 우유라는 뜻의 몽골어 '토라크 taraq'를 음차해서 쓴 것이라고도 합니다. 우유와 찹쌀을 같이 끓여서 만든 죽인 '타락죽'은 왕들이 먹는 보양식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우유가 아주 귀한 음식이었으며 이런 우유를 얻을 수 있는 '유우소(乳牛所)'가 바로 낙산에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로 타락산이라고도 불리웠다고 전해집니다.

낙산은 1960년대 무허가 판자촌이 산을 가득 메울정도로 관리가 안되던 상태였습니다.

인왕산 개미마을처럼 도심 근처 산에는 대부분 그렇게 사람들이 들어차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경제개발이 진행되면서 주민이 땅을 제공하고 건설업체가 시민아파트를 건설하는 '합동재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섭니다.

낙산아파트

일대의 판자집을 헐고 5층짜리 41개동, 1096세대 시민아파트를 낙산에 건설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결국 낙산의 역사적인 가치를 회손하는 일이 되었고 1996년 부터 시작된 공원녹지확충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낙산을 근린공원으로 지정하고 주변의 녹지축과 연결을 하면서 낙산의 역사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결국 2000년 낙산아파트는 공원을 위한 재개발로 철거가 되고 현재의 낙산공원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낙산공원의 산책하기 (흥인지문에서 성북천까지)

흥인지문공원

동대문을 지나 흥인지문공원을 통과하여 낙산공원으로 오릅니다.

여기저기 봄볕을 받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심어 놓은 꽃들이 예쁩니다.

이제 막 산철쭉과 영산홍이 피어나려고 합니다.

한양도성박물관 옆으로 성곽을 따라 천천히 올라갑니다.

심어 놓은 박태기나무에 자주빛깔 꽃이 활짝 피었고 바닥에는 심지 않아도 스스로 자라는 민들레, 개쑥갓, 냉이꽃, 꽃다지, 흰고들빼기가 지천으로 보입니다.

첫번째 언덕을 넘으니 복숭아꽃이 만발했네요. 이미 조금 지고 있어서 아쉽습니다.

잠시 차한잔 하면서 쉬어갈만한 예쁜 카페가 많습니다.

여기까지 올라오면 동묘역 앞뒤로 조망이 트입니다.

동묘역앞 창신동두산아파트와 롯데캐슬천지인 아파트가 코 앞으로 보입니다.

멀리는 황학동롯데캐슬베네치아도 웅장하게 서 있습니다.

(성곽따라 오르면서 보이는 풍경)

또한 창신동절벽골목과 함께 창신동 인근 주택가도 잘 보입니다. 대부분 주거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혜화동 대학로로 가는 길이고 그 중간에 이화벽화마을이 있습니다.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이화동인 이곳은 초대 대통령 이승만박사 내외가 살았던 이화정과 기념관이 위치하고 있고 그 주변으로 벽화로 유명한 이화마을입니다.

아기자기한 상점들도 많아 데이트 코스로도 좋습니다.

계단을 통해 내려가서 다시 이화정을 끼고 올라올 수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구경했다가 다시 낙산공원방향으로 향해도 됩니다.

그래도 직진하면 낙산공원 정상으로 향하게 되고 이화마을 들렀다 올라오면 동숭어린이집으로 해서 낙산공원 중앙광장으로 갈수 있습니다.

차를 가지고 가실분은 낙산공원주차장에 주차를 할 수 있습니다.

낙산공원주차장에서 보는 혜화동쪽 경치도 과히 나쁘지는 않습니다.

중앙광장

계단참에는 조팝나무꽃들이 활짝 피어 있고, 튤립이 색색깔로 자기자랑 중입니다.

아직 크지 않은 배나무엔 배꽃이 활짝 피어 있고 이화장 근처에서 봤던 겹벚꽃과 다른 종류의 벚꽃이 만개해 있습니다.

그 사이 바위틈에는 야생화인 괭이밥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서양민들레도 살 터전을 잘 마련했습니다.

박태기꽃, 자주목련, 라일락, 꽃사과나무도 자기자리를 잘 지키며 꽃 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장수마을로 나가는 암문에는 아직 남아 있는 개나리와 새로 피는 산철쭉, 조팝나무꽃이 컬러플하게 놓여 있어 눈이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봄꽃 천지네요. ㅎㅎ

낙산에 왔으니 낙산정상은 올라가야겠지요? 낙산정상은 소박하게 의자에 앉아 쉴수 있는 작은 공원속의 공원 느낌입니다.

다른 내사산들과 달리 그리 높지 않은 덕분에 조망이 아주 시원하게 트여있지는 않지만 서울을 둘러싼 곳들이 다 내려다 보입니다.

가까이는 창덕궁후원과 북악산, 그 뒤로 북한산, 또 성처럼 쌓여 있는 해오름한신한진아파트도 멀리보입니다.

한성대입구역은 알아도 한성대가 어딘지는 모르는 분들도 많겠지만 낙산에 오르면 한성대가 코앞에 보입니다. 뒤쪽으로 성신여대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구요.

낙산에 걸어서 왔지만, 급하게 오려면 버스를 타도 됩니다. 종로03번 마을버스가 정상까지 한달음에 데려다 줍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서 내려가는 것도 낙산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될듯도 싶습니다.

낙산정상에서 성곽을 따라 계속 내려가면 혜화문(동소문)으로 갈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지루하다면 장수마을로 내려가는 것도 괜찮습니다.

장수마을

삼선4구역으로 지정되어 재개발을 하려했던 곳이었으나 서울시에서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바꾼 곳입니다. 2013년에 장수마을주거환경개선지구 사업이 마무리됩니다.

장수마을 입구에서 다시 성곽을 버리고 재개발이 해제된 삼선3구역과 삼선6구역을 지나 성북천에 다다릅니다.

4호선 한성대입구역이기 때문에 여기서 일정을 마무리해도 되고 아쉬운 분들은 성북천을 좀 걸어봐도 좋습니다.

성북천

성북천은 안암천이라고도 불렸는데, 북악산에서 발원하여 청계천으로 합류합니다. 청계천물은 중랑천을 거쳐 한강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폭이 그리 넓지 않은 성북천도 정비가 잘 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물에서 놀고 있고 천변에는 괴불주머니, 자주괴불주머니, 괭이밥, 냉이, 애기똥풀, 미국제비꽃 같은 야생화와 심어 놓은 꽃들도 모두 한창입니다.

올해는 복숭아꽃을 참 많이 보는듯 싶습니다. 진한 분홍색 꽃 아래 여자아이가 아빠가 찍어주는 사진세례를 받고 있습니다.

노란꽃이 멀리서 보면 꼭 유채꽃입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어떤 지자체에서는 사람들이 몰려올까봐 유채꽃밭을 갈아 엎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자세히 가서 보니 유채꽃이 아니라 갓꽃입니다. 듬성듬성 있는게 대충 씨를 뿌려서 키운것 같기도 하구요.

유채꽃은 고들빼기처럼 잎이 줄기를 감싸고 있는데 갓꽃의 잎을 그렇지가 않습니다. 둘다 양귀비목 십자화과(겨자과, 배추과)입니다.

이렇게 낙산의 봄 산책을 마칩니다.